기록들위스키

피트 위스키의 ppm은
무엇을 잰 숫자인가

라벨의 숫자에서 잔 속의 향까지.
페놀의 양과 우리가 느끼는 스모키함을 나누어 봅니다.

나무 테이블에 놓인 컷글라스와 호박색 위스키
Donna White / Unsplash위스키 참고 사진

옥토모어(Octomore) 17.3은 132.1 ppm이라고 소개됩니다 1. 라프로익(Laphroaig)은 10년을 35~45 ppm이라고 소개합니다 2. 숫자만 보면 옥토모어 쪽 피트의 느낌이 3배는 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실제로 그렇게 느껴질까요?

PPM

위스키에서 말하는 ppm 수치의 출발점은 몰트를 말리는 건조 단계입니다. 피트를 연료로 불을 때서 몰트를 말리고 이때 피트를 태운 연기가 몰트에 들어갑니다. 연기에는 '페놀류'라고 묶어 부르는 비슷한 구조의 화합물이 여럿 섞여 있고 3, 4, 이 성분들이 젖은 몰트의 표면에 달라붙습니다 5, 6. 몰트의 수분이 대략 15~30%일 때 잘 붙고 15% 아래로 마르면 거의 붙지 않습니다 6, 7, 8. 이때 몰트에 붙는 성분은 페놀, 크레졸, 과이어콜 등 여러 가지입니다 9, 3, 7. ppm은 측정법이 잡아내는 이 화합물들을 합친 값으로, 대개 몰트 1kg에 이 페놀류가 몇 mg 붙어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9, 5, 10.

증류소와 브랜드가 내세우는 ppm은 보통 이 몰트의 값이고, 완성된 위스키의 값은 따로 재야 합니다 9, 5, 6, 11, 10.

같은 몰트라도 측정 방법에 따라 값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오래 쓰인 측정법인 비색법은 시약으로 색을 내 페놀류 총량을 읽습니다. 다른 방법인 HPLC법으로 재면 같은 몰트라도 더 높게 나옵니다 9, 6, 8, 12. 독일 세인트 킬리안(St. Kilian) 증류소는 같은 몰트가 비색법으로 54ppm, HPLC로 80ppm이 나왔다고 공개하고 앞으로 80ppm으로 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9. 이 증류소 설명에 따르면 비색법에 쓰는 에머슨 시약이 파라(Para)-크레졸과 4-에틸페놀에 반응하지 않아 비색법에서 더 적은 수치가 나온다고 합니다 9.

햇빛을 받은 보리 이삭. ppm이 출발하는 원료인 보리를 보여주는 참고 사진입니다.
잔에 닿기 전, 숫자는 보리 맥아에서 출발합니다. 사진 Magnus Jonasson / Unsplash

몰트에서 우리 입까지

몰트에 붙은 페놀류는 우리 입에 닿기까지 여러 번 줄어듭니다. 당화 뒤 찌꺼기에 일부 남고 발효에서도 조금 줄지만, 가장 많이 줄어드는 곳은 증류입니다 5, 6, 12, 11. 페놀류는 끓는점이 높고 물에 잘 녹아 증류 후반에야 나오고, 상당수가 술로 받지 않는 후류에 남습니다 5, 7, 8. 그래서 어디서 컷을 하느냐가 스피릿에 남는 페놀류 양을 좌우합니다. 컷을 늦출수록 페놀류를 더 받을 수 있지만, 피트가 아주 센 옥토모어를 만드는 브룩라디(Bruichladdich)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10.

증류를 거쳐 얼마나 남는지는 자료마다 다릅니다. 세인트 킬리안 증류소는 컷에 따라 몰트에서 측정한 값의 30~70%가 증류 뒤 스피릿에 남는다고 했고 9, 2007년 위스키뉴스(Whisky-news) 글은 증류 뒤 30~50%가 남는다고 소개했습니다 13. 글렌모렌지(Glenmorangie) 브랜드 앰배서더 댄 크로웰(Dan Crowell)은 생산 단계에서만 40~80%가 사라진다고 밝힙니다 8.

아드벡(Ardbeg)과 라프로익의 단계별 숫자는 옛 자료에 남아 있습니다. 2007년 위스키뉴스 글은 2004~2005년 책을 인용해 단계별 숫자를 소개합니다. 아드벡은 54ppm 몰트가 스피릿에서 17~24ppm이 됐고, 라프로익은 40ppm 몰트가 스피릿에서 25ppm, 10년 숙성 뒤 8~10ppm, 30년 숙성 뒤 6ppm이었습니다 13.

라프로익의 숫자가 숙성 중에도 줄었듯, 통 안에서도 페놀류는 증발하거나 흡수 또는 변형돼 줄어들기도 합니다 9, 5, 6. 다만 토라벡(Torabhaig) 증류소 블로그의 글은 숙성 중 스모키함이 약해지는 주된 이유가 페놀류 감소보다 나무에서 나온 다른 성분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전합니다 12.

병에 적힌 ppm과 잔에 남는 ppm을 비교한 막대그래프. 위: 브랜드가 공개한 숫자로 라프로익 10년 35~45, 아드벡 10년 55, 옥토모어 17.3 132.1은 어디서 쟀는지 밝히지 않았고, 옥토모어 17.1 81.0은 몰팅한 보리의 값이다. 아래: 라프로익은 몰트 40, 스피릿 25, 10년 숙성 8~10, 30년 숙성 6ppm(2007년 글이 옛 책을 인용한 수치), 아녹 피트하트 3배치는 보리 34, 완성 술 13.3ppm(2023년 공개값). 스피릿에 남는 비율은 자료마다 몰트 값의 30~70%, 30~50%로 다르다.
브랜드가 공개한 ppm과 몰트에서 술까지의 단계별 수치. 그림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는 공식 사이트에 적힌 브랜드 수치입니다. 아래는 위스키뉴스 글이 인용한 라프로익의 단계별 수치와 아녹(anCnoc) 피트하트(Peatheart)의 공개값입니다.

병에 적힌 숫자

글 첫머리의 35~45 ppm은 라프로익 공식 사이트의 소개 글에서 10년 제품의 페놀류 수치를 적은 범위입니다 2. LVMH의 소개 페이지는 아드벡 10년의 페놀류 수치를 55 ppm이라고 밝힙니다 14.

옥토모어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시리즈 17에서 17.1은 81.0 ppm으로 몰팅한 보리를 썼고, 17.3은 132.1 ppm입니다 15, 1. 브룩라디는 옥토모어용 몰트를 최소 80ppm으로 잡고, 300ppm을 넘긴 버전도 있습니다 10.

모두가 몰트의 수치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완성된 술의 값을 공개한 증류소도 있었습니다. 디스틸러(Distiller)의 2019년 기사를 보면 아녹은 플로터(Flaughter)의 페놀류 수치를 완성된 술 기준으로 측정한 14.8ppm으로 밝혔다가, 소비자가 헷갈린다며 몰트 값 표기로 돌아갔습니다 11.

바꾼 몰트의 ppm 값은 공식 자료에서 찾지 못했지만 같은 증류소의 피트하트 3배치(2023)는 보리 34ppm, 완성된 술 13.3ppm을 함께 밝혔습니다 16. 피트하트와 같은 비율로 줄었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플로터의 14.8ppm은 몰트 기준 30ppm대 후반이 됩니다.

수치와 감각

수치가 같다고 냄새가 같지는 않습니다. ppm은 페놀류를 단순히 한데 합친 양이고, 냄새는 그 성분마다 다릅니다. 세인트 킬리안 증류소는 과이어콜을 스모키·타르 냄새로, 페놀과 오쏘(Ortho) 크레졸을 약품 냄새로, 메타(Meta) 크레졸을 스모키·고무 냄새로 설명합니다 9. 2000년 스코틀랜드의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교 박사논문의 관능 실험에서도 과이어콜은 스모키로 가장 많이 묘사됐고(응답의 39%), 같은 논문의 문헌 검토에서는 약품 같은 냄새를 주로 오쏘(Ortho) 크레졸과 연결했습니다 7.

합쳐진 페놀류의 구성도 단계마다 바뀝니다. 위 논문이 정리한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피트 몰트에서는 페놀 자체가 페놀류의 46~67%로 가장 많지만, 완성 술에서는 크레졸이 58~61%로 더 많을 수 있습니다 7. 결국 총량이 같아도 우리 잔에 남아 있는 냄새의 성격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단순 수치가 높다고 강하게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분석에서 많이 검출되는 페놀류 성분이라도 향에서는 크게 기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6. 반면 같은 페놀류인 과이어콜은 적은 양으로도 감지됩니다. 스트래스클라이드 논문에서는 과이어콜을 조금씩 넣어, 피험자가 냄새를 다르다고 알아채는 최소 양을 측정했고 이때 측정 방식에 따라 피험자는 0.09ppm 또는 0.03ppm에서 다름을 느꼈습니다 7.

같은 몰트를 쓰고도 냄새가 갈리는 예도 있습니다. 위스키 매체들에 따르면 라가불린(Lagavulin)과 쿨일라(Caol Ila)는 같은 피트 몰트를 쓰지만 발효 시간, 증류기 모양, 컷 지점이 달라 스모키함이 다릅니다 5, 6, 11.

증류소가 내세우는 ppm은 보통 증류소에 들어오는 몰트의 값이고 9, 10, 그 숫자는 증류와 숙성을 거치며 증류소마다 다르게 줄어듭니다. 그렇게 남은 페놀류의 구성도 달라지고 마시는 사람의 코에 따라 또 달리 느껴집니다. 라벨의 ppm은 보통 피트향이 출발한 수치를 적은 셈입니다. 이 숫자와 내가 느끼는 차이를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아닐까요?

읽은 자료연구·기사·증류소 공개 자료
  1. 01
    Octomore 17.3

    Bruichladdich Distillery / 미표기(시리즈 17·2026-10-15 열람)

  2. 02
    What Makes Smoky Whisky So Distinctive?

    Laphroaig / 미표기(2026-10-15 열람)

  3. 03
  4. 04
    Phenols

    Wikipedia / 미표기(2026-10-29 열람)

  5. 05
  6. 06
  7. 07
  8. 08
  9. 09
    P – as in PPM analysis

    St. Kilian Distillers(독일 증류소) / 2023-11-22

  10. 10
    A toast to the curious(Rachel Glueck)

    Bruichladdich Distillery / 미표기

  11. 11
  12. 12
    Peat: Exploring Phenols(Mike Billett)

    Torabhaig Distillery / 2025-05-01

  13. 13
    Peat, Phenol and PPM(P. Brossard)

    Whisky-news.com / 2007-01-09

  14. 14
    Ardbeg(LVMH 메종 소개)

    LVMH(아드벡 소유사) / 미표기(2026-10-15 열람)

  15. 15
    Octomore 17.1

    Bruichladdich Distillery / 미표기(시리즈 17·2026-10-15 열람)

  1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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